📘「그녀는 정상입니다, 제가 이상한 거죠」 - 시즌 2: 그녀는 여전히 정상입니다. 에피소드 3화
🧼 에피소드 3화 – 세탁기는 둘인데, 문제는 하나다
📍장소: 자취방 공동 세탁실, 토요일 오후 3시
기상청 예보: 미세먼지 나쁨 / 습도 80% / 건조한 마음 다수
🧺 1. 세탁기 전쟁의 시작
지연은 무거운 빨래 바구니를 들고 계단을 내려오며 중얼거렸다.
“이 시간 아니면 또 자리 없단 말이지…”
복도 끝, 공동 세탁기실 문 앞.
그녀는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고 문을 밀었다.
철컥.
그리고, 그 순간.
“아. 안녕?”
상우가 있었다.
이미 세탁기 앞에 빨래를 하나, 둘씩 넣는 중.
지연의 입꼬리가 경련했다.
“…너 또야?”
“이번엔 내가 먼저 왔어. 공정하게.”
상우는 승리한 자의 미소를 지었다.
“공정? 어제도 했잖아. 내가 봤어. 운동복.”
“오늘은 수건이랑 침대 커버.”
지연은 바구니를 내려놓으며 냉정하게 말했다.
“나, 지금 티셔츠도 없어. 속옷도 겨우 남은 한 벌이야. 이건 생존이야.”
“그건 너 사정이고.”
“너랑 나랑 발등에 불 떨어진 급이 다르다고?”
“그래서… 같이 돌릴래?”
“…같이?”
지연은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만만한 얼굴.
이 남자, 설마 진심인가?
“너 수건, 이불… 그리고 내 속옷 같이 돌리자는 말이야?”
“어차피 같이 깨끗해질 거 아냐?”
“…미쳤냐?”
지연은 황급히 바구니를 안쪽으로 숨겼다.
🧻 2. 섬유유연제보다 진한 신경전
그렇게 세탁기 앞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지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세탁기 안을 바라봤다.
“이럴 거면 차라리 양보해. 티셔츠 하나가 인생 갈라.”
“근데 말이지.”
상우가 무심히 말했다.
“네 바구니 안, 흰색이랑 빨간색 섞여 있는데?”
“뭐?”
“저 흰 티, 분홍 된다?”
지연은 황급히 바구니를 살폈다.
아차.
그가 말한 대로였다. 빨간 티셔츠와 흰 속옷이 나란히 있었다.
“…너, 이걸 지금까지 보고도 말 안 한 거야?”
“말하면 내가 지잖아.”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돌릴게.”
지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럼, 색 분류 먼저 해야지.”
“그래. 앉아. 너도 같이 해.”
결국, 그들은 빨래 색상 분류를 함께 하기 시작했다.
흰색은 여기, 진한색은 저기, 수상한 회색은…
“버려.”
📛 3. 세탁기 앞에서 발끝이 닿는 순간
세탁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웅—’ 하는 소음과 함께 세제가 퍼지는 냄새.
둘은 말없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지연은 무심한 척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봤다.
그러나 발끝이—조금씩 서로에게 다가왔다.
찰싹.
그 순간, 상우의 발끝이 지연의 발등을 살짝 건드렸다.
둘 다 움찔.
그런데, 아무도 발을 빼지 않았다.
“…야.”
“응?”
“너,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
“뭔데?”
“…네 빨래에서 이상하게 좋은 냄새 나.”
“그건 네 섬유유연제가 후지다는 뜻이야.”
지연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이번엔 내가 진 거 같다.”
💬 4. 실험자의 노트
지연의 관찰 기록
☑️ 상우의 수건, 이상하게 귀엽다
☑️ 상대의 티셔츠가 빨래망 안에서 굴러가는 모습을 보며 미소가 나왔다
☑️ 실험 종료 후, 예기치 못한 변수: ‘발끝 접촉 시 미세한 심장 진동’
상우의 관찰 기록
☑️ 그녀는 진심으로 색 분류에 진심이다
☑️ 실험이 아니라 같이 사는 느낌
☑️ 발끝. 아마 일부러 안 뺐다… 아마도
그리고, 마지막 메모.
“다음 주 빨래도… 같이 하면 안 되나?”
🎬 에피소드 4 예고편
“네 방 앞 택배, 왜 내 이름이야?”
세탁기 전쟁이 끝난 지 이틀 후.
지연의 방 앞에 이상한 택배가 도착한다.
“어? 왜 이게 여기로 오지?”
“내 이름이 붙어 있잖아!”
“근데, 이 속옷 브랜드는…”
“그건! 연구 목적이야!”
그러나 택배 속엔
지연이 숨기고 싶었던 실험 기록과,
상우가 오해할 만한 무언가가 들어 있다?!
이번엔 ‘실험 데이터 유출 사건’ 발생?!
다음 화,
“택배, 뜯지 말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