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진흙》 EP.05 – “칼자국과 그림자”
EP.05 – “칼자국과 그림자”
INT. 폐공장 – 한밤중
(스탠드 조명 하나만 켜진 어둠. 작업대 위 ‘입 없는 조각상’의 목 아래에 깊게 패인 칼자국. 바닥엔 붉은 흙이 묻은 조각칼이 굴러 있다.)
남미 (칼을 집어 들며, 낮은 호흡)
지금… 여기까지 온 거야?
(뒤쪽, 슬며시 움직이는 그림자. 남미가 돌아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문만 삐걱.)
EXT. 별님의 방 문 앞 – 새벽
(문턱에 진흙 발자국이 찍혀 있다. 발자국은 현관 밖으로 이어지고, 골목 끝에서 사라진다.)
민준 (발자국 위에 자신의 발을 맞춰보며)
고의야. 우리한테 보여주려 남긴 거야.
남미 (말없이 별님을 뒤로 감싸며)
…오늘부터 별님은 내 옆에서 잔다.
INT. 포항 파출소 – 오전
(형사1, 형사2가 CCTV를 돌려본다.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폐공장 방향으로 걸어간다. 사각지대 앞에서 멈춰 선 뒤 사라짐.)
형사1
범인은 카메라 동선을 아는 놈이야.
형사2
폐공장 주변 탐문 늘려보죠. 그리고 이 칼… 감식 돌려요.
INT. 폐공장 – 오전
(민준이 공구함과 바닥을 훑는다. 남미는 조각상에 덮개를 씌운다.)
민준
칼자루 끝에 수지가 묻어 있어. 목공용, 혹은 석고 몰드 보수용이야.
남미 (작게)
강일… 예전에도 석고 몰드 썼어. 깨진 틈 메우려고.
민준
그럼, 그가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는 뜻이지.
(민준은 칼자루 끝을 휴대폰으로 촬영, 지인에게 전송.)
EXT. 시장 뒷골목 – 낮
(노점 상인들의 수군거림. 바닥에 입 없는 작은 조각이 버려져 있다. 형사들이 사진을 찍고, 주변 CCTV 각도를 체크.)
형사2
이 조각, 내부가 비었어요. (손전등 비춤) …안에 뭔가 담겼었다가 꺼낸 흔적.
형사1
USB인가, 혹은 메모.
INT. 포항 미술관 자료실 – 오후
(민준이 미술관 보존팀과 통화한다.)
민준
수지 성분 분석 가능하죠? 석고 몰드 보수에 쓰는 구형 에폭시 계열이면 특정 공방에서만 팔았을 수도 있어요.
보존팀(통화)
샘플 가져오시면 대조해볼게요.
민준 (메모하며)
바닷가 쪽 ‘해양공방’, ‘동빈내항 작업실’… 두 군데부터.
INT. 폐공장 – 오후
(별님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종이 위, 모자를 눌러쓴 남자와 세 손가락만 있는 이상한 손.)
남미 (놀라서 다가가)
별님아, 이 손… 왜 세 개야?
별님 (작게)
어제 그 아저씨, 손가락이… 여기 두 개 없었어.
(남미와 민준이 눈을 마주친다.)
EXT. 동빈내항 – 해질녘
(배들이 들락거리는 포항 내항. ‘몰드/수지’ 간판이 오래된 공방. 민준이 들어선다.)
공방 주인 (무뚝뚝)
수지 사러 왔어요?
민준
예전에 손가락 두 개가 없는 남자가 여기서 보수용 수지를 대량으로 사갔다는 얘기 들었는데요.
공방 주인 (잠시 뜸)
…한 달 전. 새벽에 와서 현금으로.
민준
얼굴 기억나세요?
공방 주인
모자 푹 눌렀고, 목소리 낮았어. 손이… 기묘했지.
INT. 폐공장 – 저녁
(남미가 조각상 덮개를 벗긴다. 목 아래의 칼자국을 손끝으로 더듬는다. 표면의 긁힌 결… 왼손잡이의 패턴.)
남미 (혼잣말)
이건 왼손… 강일은 오른손잡이야.
(그녀의 표정이 서서히 굳는다.)
남미
…다른 사람이야.
INT. 파출소 – 밤
(감식 결과가 도착. 형사1이 프린트를 넘겨본다.)
형사1
칼자루 수지 성분, 동빈내항 공방 제품이랑 일치.
형사2
목격담 대조하면 세 손가락 결손 남자와 연결. 강일이 아니라… 또 다른 공범?
형사1
혹은 모방범.
EXT. 폐공장 – 밤
(바람. 철문 틈으로 누군가가 작은 상자를 밀어 넣는다. 남미가 문을 열면 상자 위에 빨간 글씨.)
상자 글씨:
“너만의 조각, 이번엔… 아이 차례야.”
(남미의 손이 떨린다. 상자 안엔 별님의 머리카락 몇 올과 진흙으로 빚은 작은 입 없는 얼굴.)
남미 (이를 악물며)
…너, 지금… 날 시험하는 거지.
EXT. 골목 – 동시에
(민준이 공방을 나와 폐공장으로 달려온다. 전화 연결.)
민준
남미! 공범 가능성 높아. 손가락 두 개 없는—
(전화가 끊긴다. 지지직— 전파 방해.)
민준 (숨을 고르며)
버텨. 내가 가고 있어.
INT. 폐공장 – 심야
(남미가 조각대를 작업대 중앙으로 끌어온다. 스탠드를 높인다. 방범용 와이어를 문과 창틀에 묶는다. 즉석 방어 동선을 만든다.)
남미 (별님에게)
엄마가 신호하면 이 밑으로 숨는다. 절대 소리 내면 안 돼.
(별님 끄덕. 남미는 칼을 허리 뒤에 숨긴다.)
EXT./INT. 폐공장 – 같은 시각
(철문 그림자 아래 세 손가락 결손의 왼손이 스르르 들어온다. 문고리를 조용히 돌린다.)
(찰칵.)
문이 조금 열리고— 정적.
남자(오프) (속삭임)
남미…
(남미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러나 팔을 내리지 않는다.)
문틈으로 붉은 흙을 채운 작은 천 주머니가 굴러 들어온다.
INT. 폐공장 – 연속
(남미가 천 주머니를 들어 올린다. 안에는 USB와 함께 한 장의 사진.
사진 속 강일이 골목 끝에서 세 손가락 결손 남자와 서서 무언가를 건네받는 장면.)
남미 (숨이 막혀)
…둘이 연결돼 있어.
EXT. 폐공장 외부 – 같은 시간
(민준이 폐공장에 도착한다. 문 앞 바닥에 묻은 새 진흙 발자국. 그는 숨을 몰아쉬며 포켓에서 작은 페퍼 스프레이를 꺼낸다.)
민준 (낮게)
끝내자.
INT. 폐공장 – 클라이맥스
(문이 벌컥 열리며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몸을 들이민다. 왼손, 세 손가락 결손. 반짝— 칼날.)
남미가 스탠드 조명을 내리쳐 빛을 흩트린다. 실루엣만 흔들린다.
별님은 작업대 아래로 숨는다.
남자 (낮고 갈라진 목소리)
그가 기다린다. 네가 완성하길.
남미 (대담하게 한 걸음 전진)
완성은 내가 정해. 너도, 그도, 내 조각이야.
(찰칵— 민준이 뒤에서 남자의 팔을 붙잡는다. 남자가 몸을 비틀며 빠져나가 골목으로 달아난다.)
민준
쫓아!
EXT. 골목 – 추격
(비 내린 바닥, 미끄러운 콘크리트. 남자의 모자 날아가고, 얼굴은 여전히 그림자 속.
골목 끝, 바다 안개가 피어오른다.)
남자는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바닥엔 붉은 흙 주머니 하나가 남는다.
민준 (주머니를 주워 들며)
…또 USB.
INT. 폐공장 – 깊은 밤
(남미, USB를 손에 쥔다. 화면 암전 직전, 아주 낮은 속삭임이 겹친다—)
강일(오프)
넌 결국… 나를 만든다.
남미(오프)
아니, 난 너를 끝낸다.
📺 END OF EPISODE 05
📺 다음편 예고 EP.06 – “흙 속에 감춰진 것”
폐공장 뒷마당에서 비에 젖은 흙더미가 무너져 내린다.
그 속에서 드러난 건 낯선 사람의 손목. ⛈️
민준은 경찰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뭔가를 꺼내 들지만,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다가온다…
남미는 별님을 지키기 위해 공장을 떠날 결심을 하지만,
문 앞에 놓인 또 다른 붉은 천이 모든 것을 멈추게 만든다.
“이건… 나한테 떠넘기려는 거야.”
불안과 분노가 섞인 시선 속,
흙 속 비밀은 점점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