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진흙》 EP.06 – “흙 속에 감춰진 것”
EP.06 – “흙 속에 감춰진 것”
[EXT. 포항 폐공장 뒤편 공터 – 이른 새벽]
(안개가 낮게 깔린 공터. 비에 젖은 흙바닥이 군데군데 파헤쳐져 있다. 민준이 손전등을 들고 한 걸음씩 발자국을 따라간다. 발자국은 오래된 듯 희미하지만, 어떤 건 방금 밟힌 듯 또렷하다.)
민준 (속으로)
…누군가, 여길 들락거리고 있어.
(그가 발자국 끝에서 무릎을 꿇고 흙을 손으로 헤집는다.
몇 번 흙을 걷어내자, 녹슨 철제 상자의 모서리가 드러난다. 상자 표면에는 오래된 흙과 이끼가 뒤섞여 있다.)
(상자를 힘겹게 열자, 안에는 찢어진 천 조각, 오래된 사진 몇 장, 그리고 부식된 열쇠뭉치가 들어 있다.
사진 속에는 대학 시절의 남미, 웃고 있는 강일, 그리고 모르는 세 명의 남자가 있다. 배경은 낯선 산속 오두막.)
민준 (작게)
…이건 뭐지…?
[INT. 폐공장 – 같은 시각]
(남미는 별님을 재우고 조심스레 작업실로 들어간다. 작업대 주변에 묘하게 울퉁불퉁한 흙더미가 있다.
그녀가 손으로 살살 흙을 헤집자, 작은 봉투가 튀어나온다. 봉투 표면엔 물에 번진 듯한 붉은 얼룩이 번져 있다.)
(봉투 안에서는 붉게 물든 장갑 한 짝과, 왼손 손가락 마디가 잘린 듯한 정교한 모형이 나온다. 그 모형은 너무나도 실제와 닮아 있어 소름이 돋는다.)
남미 (속삭이며)
이건… 장난이 아니야.
(그녀의 손끝이 살짝 떨린다. 그 순간, 바깥에서 창문 유리가 ‘톡’ 하고 울린다.
고개를 돌린 남미는 어둠 속에서 잠깐 번뜩이는 금속빛을 본다.)
[INT. 포항 파출소 – 오전]
(형사 1과 형사 2가 CCTV 영상을 분석 중이다.
화면에는 폐공장 인근 골목길이 보이고, 새벽 3시쯤 회색 트럭이 잠깐 멈췄다가 사라진다.)
형사1
번호판이 절반만 보이네요.
형사2
(확대하며) 앞자리 두 글자, 강일이 타던 트럭이랑 같아.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본다. 공기 속에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EXT. 폐공장 – 오후]
(민준이 철제 상자를 들고 남미를 찾는다. 상자를 열어 보여주자, 남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민준
이걸 찾았어. 네 대학 시절 사진이랑… 강일이랑 같이 찍힌 것도 있어.
남미 (숨을 길게 내쉬며)
그 오두막…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도 다 말 못 해.
민준 (단호하게)
이제는 말해야 해. 네가 침묵할수록, 그놈이 더 가까워질 거야.
[INT. 폐공장 – 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창문이 덜컥거린다. 별님이 잠든 방 밖에서 미묘한 발소리가 난다.
남미가 문을 열자, 복도 끝에 진흙이 묻은 장화 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다.)
남미 (속삭이며)
…누구야?
(민준이 뒤따라 나오자, 두 사람은 발자국을 따라 작업실 뒤편으로 간다.
거기에는 갓 파헤쳐진 흙더미가 있고, 삐져나온 것은… 사람의 손목뼈다.)
(남미는 숨을 삼키고 뒤로 물러선다. 민준은 주변을 살피지만, 이미 공장은 적막에 잠겨 있다.)
[EXT. 폐공장 외부 – 동시에]
(멀리서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두 사람을 지켜보다, 서서히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그의 손에는 익숙한 조각용 조각칼이 들려 있다.)
📺 END OF EPISODE 06
📺 다음편 예고 EP.07 – “파도의 속삭임”
포항의 밤바다 위로 차가운 바람이 스친다.
민준은 부두 끝에서, 물결 사이에 잠깐 비친 무언가를 본다.
— 그것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한편, 남미는 폐공장 벽면에 새로 생긴 낯선 흙 자국을 발견한다.
마치 누군가 급히 무언가를 묻은 듯한… 그 흙 속에선 짙은 비린내가 스며 나온다.
그리고 별님이 그날 밤, 잠결에 중얼거린다.
“그 아저씨… 바다에서 봤어…”
다음 화,
🌊 파도 아래 잠든 비밀이 깨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