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소설 - 내맘대로 시리즈

📘 제목: 「그녀는 정상입니다, 제가 이상한 거죠」 1-2화

modooss 2025. 7. 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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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남녀 이미지는 조금씩 바뀔 수 있습니다.

📍1-2화 – 민원실, 그리고 이상한 쪽지


일주일이 지났다.
내 양복은 세탁소에서 돌아왔고, 나는 다시 매뉴얼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지하철은 정시에 도착했고, 점심도 예외 없이 장조림과 계란말이였다.
양복은 깨끗했고, 머릿속도 차분했다.

그녀만 아니었다면 완벽했을 일상.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 아무 일도 없다는 사실이 불안했다.


“상우 주무관, 오늘 민원통계 확인 나가시죠.”

 

민원과 실장님이 종이 서류철을 건네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청 1층 민원실.
그곳은 공무원 세계의 전쟁터다.
고함, 오열, 애원, 욕설, 그리고 가끔은 오해와 억울함이 섞여서
하루에 300건 가까운 민원이 올라오는 곳.

나는 민원 처리 시간과 유형을 분석하는 데이터 관리 담당이다.
주로 사무실에만 있지만 가끔 현장을 점검하며 시민의 목소리 ‘분포’를 분석하기도 한다.


민원실 안은 평소보다 평온했다.
번호표 기계 앞에 줄을 선 몇 명의 시민, 모니터 앞에서 마우스를 클릭하는 창구 직원들.

 

‘오늘은 조용하네…’


나는 생각하며 메모를 시작하려던 찰나.

 

“그게 아니라니까요! 이건 억지잖아요!!”


갑작스럽게, 목청 높은 여성의 외침이 민원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숨이 멎었다.

그녀였다.
그날 지하철에서 내 인생을 비닐봉지처럼 구겨버린 그 여자.

그녀는 오늘도 평온한 듯 시끄러웠다.
한 손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론 민원창구 유리를 가리키며 항의하고 있었다.


“저기요!!”


그녀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어머, 진짜 신기하다. 우리 또 만났네요!”

 

나는 민망하게 고개를 숙이며 다가갔다.


“혹시… 또 누가 토하려고 그러나요?”

 

“아뇨. 오늘은 민원 제기하려고요.
아니, 정확히는 민원 반려되러 왔어요.”

 

“그게… 무슨 말이죠?”

 

“우리 엄마가 여기 민원실 팀장이거든요.
제가 너무 떠들고 다닌다고… 직접 부르셨대요.
민원인보다 시끄럽다고.”

 

“그래서 혼나러 오신 거예요?”

 

“그렇죠. 엄마의 권위에 반항하는 딸의 패배 인정이죠.”


그녀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순간, 민원실 창구 너머에서 한 여성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들었다.


“지연아! 지금도 떠들고 있잖아!”

 

그녀는 피식 웃으며 속삭였다.


“저기 보이죠? 저분이 제 어머니예요. 현실이 꽤… 드라마틱하죠?”

 

나는 말이 막혔다.
도대체 이 사람의 인생은 왜 이렇게 복잡하고, 자유롭고, 엉망인데 멀쩡한 걸까.

그녀는 주머니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넸다.

 

“이거요. 지난번 드라이클리닝 값 대신 드리는 쪽지.”


나는 반쯤 받아들인 상태에서 그 종이를 폈다.
그리고 멍해졌다.

 
“정상은, 누구의 기준일까. 다들 이상하다고 하지만, 사실 내가 정상이 아닐 이유는 없지 않아?”
 

아래에는 다시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번호로는 통화하지 마세요.
제 목소리는… 직접 들을만한 가치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쳐다봤다.

 

“궁금하죠? 제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조금…?”

 

“답은 없어요.
근데 당신은 잘 버티더라고요.
사람들이 나랑 엮이면 대부분 도망가거나 욕하거든요.
근데 당신은 그냥 가만히 있었잖아요.”

 

“그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요.”

 

“그건 용기의 일종이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창구에서 분노하고 있는 어머니를 향해 다시 다가갔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왜 이 사람에게
자꾸 끌리는 걸까.”


📌 회고

그녀는 이상한 말을 했다.
이상한 행동을 했고,
이상한 인연으로 내 삶을 파고들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상한 건
그녀가 아니라…
내 매뉴얼일지도 모르겠다.”


📍다음화 예고 – 1-3화. 그녀의 벌칙 노트


갑자기 도착한 문자 한 통.
“벌칙을 수행하지 않으면, 인생은 단조로워져요.”
유상우는 그녀의 게임에 말려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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