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녀는 정상입니다, 제가 이상한 거죠」 2-2화

주인공 남녀 이미지는 조금씩 바뀔 수 있습니다.

📍2-2화 – 매뉴얼 없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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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6:59.
상우는 눈을 떴다.
평소 같았으면 이 시간에 알람이 울리고, 정확히 132초 후엔 화장실로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조용했다.
휴대폰은 알람 없이 잠들어 있었고, 침대 옆 루틴 캘린더엔 ‘X’ 표시가 떡하니 그려져 있었다.
지연이 밤사이 몰래 다녀간 것 같았다. 아니면 상우 본인이 그은 걸지도.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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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로 나와보니 더 이상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도시락은 사라지고, 대신 포스트잇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오늘의 첫 미션: 편의점에서 하고 싶은 것만 사오기.
단, 칼로리나 성분표는 절대 보지 말 것.

지연 :)”

 

상우는 무의식적으로 인터넷 검색창을 열었다.

“삼각김밥 평균 칼로리” 라고 치려는 순간—

창을 꺼버렸다.

그녀는 보기보다 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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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AM 8:20

“아... 이게 하고 싶은 걸 사는 건가?”

 

상우는 삼각김밥 앞에서 고민했다.
참치마요를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다시 집었다가 이번엔 유부초밥으로 바꿨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냉동고 앞에 섰다.

 

“이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잠깐 머뭇거리다, 투게더 바닐라를 꺼냈다.

“이게 그렇게 큰일인가?”
“그동안 나는 뭐에 복종하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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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실, AM 9:13

그녀가 나타난 건, 정말 예고 없이였다.
민원서류를 정리하던 중, 상우는 눈을 의심했다.

 

“뭐 하세요, 여기서?”

 

“아, 저... 주민등록등본을요.”

그리고는 작은 쪽지를 또 내밀었다.

“오늘 점심은 내가 정할게요.
반찬도, 밥도, 대화 주제도.”

 

상우는 어안이 벙벙했다.

“왜요?”

 

“매뉴얼 깨는 중이잖아요.
그리고… 공무원도 단 게 필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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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공원, 오후 12:45

지연이 가져온 건 푸드트럭 샌드위치와 아이스크림 콘이었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햇살은 강했고,
그림자 속 상우는 불편했다.

 

“이런 곳에서 밥 먹는 거, 처음이죠?”

 

“네. 전 보통 책상 앞에서...”

 

“그러니까 문제인 거예요.”

 

그녀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물었다.
그리고 상우의 입에도 자연스럽게 밀어 넣었다.

 

“…입 벌려요. 단맛은 뇌를 편하게 만들어요.”

 

“누가 그래요?”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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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는 어쩔 수 없이 한 입 베어물었다.
입안에 퍼지는 단맛이
어쩐지 지금껏 먹어본 그 어떤 음식보다 생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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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3:00 – 그녀의 사무실

“여기예요?”

상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응, 내 아지트.”

작은 스튜디오 한켠엔 화이트보드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엔 정체불명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 실험체 No.17 – 하루 동안 ‘거짓말 금지’
• 실험체 No.22 – 상사에게 본심 말하기
• 실험체 No.39 – 24시간 동안 무계획 선언

“이건 뭐예요…?”

 

“사람들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기록한 거예요.
그리고 그 무너짐에서 어떻게 다시 자기답게 일어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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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은 상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생각보다 늦게 무너지고 있어요.”

 

“…그 말, 칭찬은 아니죠?”

 

“당연하죠.
칭찬은 루틴 깨는 데 도움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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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7:00 – 버스 정류장 앞

“오늘 하루 어땠어요?”

그녀는 묻는다.

 

“...처음엔 낯설었고,
중간엔 불안했고,
지금은 좀… 어지러워요.”

 

“아직 멀었네요.
진짜 실험은 내일부터예요.”

 

“...오늘 하루가 실험이 아니었어요?”

 

“그건 준비운동.”

 

지연은 윙크하듯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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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고

집에 돌아온 상우는 그동안의 매뉴얼을 찢어버렸다.
정확히는, 찢으려다...
복사해서 따로 보관했다.

그는 ‘무계획’의 끝엔
다시 루틴이 기다릴 거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단 하나의 규칙만 따르기로 했다.

그녀의 말에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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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화 예고 – 📍3-1화. 벌칙 노트의 존재

지연의 사무실에서 상우는 의문의 노트를 발견한다.
<벌칙 노트>라 적힌 그 안엔
과거 실험체들의 이름과 결과, 그리고 ‘탈락자’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그녀는 말한다.

“이건 게임이 아니에요.
도망치는 순간, 당신은 진짜로 망가져요.”

상우는 알게 된다.
이 실험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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