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 벌칙 노트의 존재
“여기가… 당신 작업실이에요?”
상우는 문을 열고 한 발 내딛는 순간,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다.
공간은 작았고, 조명은 따뜻했다. 하지만 벽과 바닥, 책상 위 모든 것이 ‘질서 없이 정렬되어’ 있었다.
화이트보드에는 누군가의 이름과 숫자가 나열되어 있었고, 벽엔 낙서 같은 문장들이 포스트잇으로 붙어 있었다.
그중 상우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책상 한가운데 놓인 검은색 공책 한 권.
표지에는 손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벌칙 노트』
“이건 뭐예요?”
상우가 조심스럽게 묻자, 지연은 턱을 괴고 말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책이에요.
누군가는 다이어리라 부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증거라고 부를 수도 있겠죠.”
“벌칙…이라는 건, 당신이 사람들한테 시킨 그 이상한 짓들?”
“정확하게 말하면,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워지는 실험.”
지연은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나 상우 옆에 섰다.
그리고 공책을 펼쳤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실험체 No.17]
- 미션: 상사 앞에서 진심으로 사과한 척하며 복근 자랑하기
- 결과: 1차 실패, 2차 시도 후 폭소 → 관계 회복 성공
- 비고: 민망함은 타인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열쇠
[실험체 No.25]
- 미션: 점심시간 혼자 노래방 가서 ‘사랑과 전쟁’ 테마곡 부르기
- 결과: 실패 후 대성통곡
- 비고: 회피 반응 명확함. 감정 고착 상태 → 실험 종료
[실험체 No.44]
- 미션: 1시간 동안 낯선 사람 3명에게 먼저 인사하기
- 결과: 첫 번째 시도 후 귀가
- 비고: ‘스스로 무너짐 감지 불가’ → 탈락
상우는 말이 막혔다.
“진짜... 이런 걸 전부 사람한테 시켰다고요?”
“응.
물론 다 동의서 받고 했죠.
심리적 실험이니까요.”
“당신... 심리학과 전공이에요?”
“아뇨. 그냥…
사람을 좋아해요.
특히 무너질 때 모습이 제일 솔직해서.”
상우는 노트를 한 장 넘겼다.
거기에는 익숙한 필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실험체 No.47 – 유상우]
- 현재 상태: 경계선
- 특징: 규칙 강박, 감정 회피, 사회적 방어기제 강함
- 1차 실험: 정류장 고백 – 성공
- 2차 실험: 무계획 하루 – 성공
- 다음 벌칙 예정: 민망함 유발 미션
“…내 이름까지…”
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당신은 지금까지 내가 본 피실험자 중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에요.”
“왜요?”
“느리게 무너지고 있어서요.”
그녀는 조용히 노트를 덮었다.
그리고 상우의 눈을 바라봤다.
“사람은요,
민망해져야 진짜 자기랑 마주할 수 있어요.”
“…그게 벌칙이라고요?”
“정확히 말하면,
자기 자신을 깨뜨리는 연습.”
그녀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근데요, 유상우 씨.
당신은 아직 한 번도 진짜 민망해진 적이 없죠?”
상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지독하게 맞는 것 같아서.
📌 회고
그날 밤, 상우는 꿈을 꿨다.
누군가 그의 가슴을 열고, 매뉴얼을 한 장씩 찢어내고 있었다.
그 속에는
“상식”, “안전”, “예의”, “정상”이라는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장엔
이 문장이 있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지 않아?”
📍다음화 예고 – 3-2화. 첫 번째 벌칙
지연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한다.
“분수대 앞에서 혼잣말 30초.
실패하면 복장 벌칙 갑니다 :)”
상우는 고민 끝에,
진짜 ‘무너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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