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 구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나는 시간을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은 시간을 소비하지만, 나는 시간을 지배한다.
하루는 24시간, 그중 17시간을 ‘매뉴얼’대로 산다.
기상 6시 59분.
칫솔질 132초.
양복 착용 시간 평균 3분 40초.
출근용 넥타이 로테이션은 월-수-금이 파란색 계열, 화-목은 어두운 회색 계열.
점심은 도시락.
반찬 구성은 고정. 김은 반드시 종이 포장.
이것은 강박이 아니다.
‘예측 가능한 삶’이 내가 세상과 타협한 방식일 뿐이다.
그리고 그날 아침도 예외 없이 완벽하게 시작되었다.
적어도,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지하철 2호선.
7시 41분 승차.
앞 문에서 두 번째 문. 기둥 옆 자리.
나와 같은 시간에 타는 사람들도 규칙적인 패턴을 보인다.
길게 한숨을 쉬는 중년 남자, 휴대폰으로 미드 자막을 보는 여학생, 항상 머리가 젖어 있는 남자.
그리고, 오늘.
그 틈에 낯선 변수가 끼어들었다.
“잠깐만요!!”
누군가 내 등을 세게 밀었다. 나는 중심을 잃고 앞으로 한 발 비틀거렸다.
어리둥절한 채 돌아보니, 머리가 산발인 여자 하나가 허둥지둥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구토 직전의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판단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저기요, 양복 좀 열어봐 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네?”
나는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몰라 되묻기도 전에, 그녀가 내 상의 안주머니 단추를 풀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오며 말했다.
“으… 으윽…”
그리고는,
그녀가 그 남자를 확 끌어당겼다.
그 남자는 내 양복 안주머니에 고개를 처박고… 그대로 구토했다.
…
…
시간이 멈췄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두 번. 세 번.
‘방금, 내 양복 안주머니에 토한 거 맞나?’
고개를 내리니 뚜렷했다.
회색 양복 안쪽에, 인간의 장기에서 막 배출된 것으로 보이는 물질이… 고요하게 고여 있었다.
“뭐, 뭐하는 짓입니까 지금!!!”
나는 거의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하지만 그녀는 침착했다.
아이돌 팬미팅 끝난 사람처럼, 가볍게 미소를 띤 채 말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감사… 뭐라고요?”
“그 사람 토할 것 같았는데, 다들 도망가더라고요. 근데 마침 당신이 거기 있었고… 옷이 깔끔해 보였어요.”
“…내 옷이 깔끔해서 구토를 받은 거예요?”
“네. 세탁도 잘하실 것 같고,
표정도 차분하신 게 딱 책임감 있는 타입.
좀만 이해해 주세요. 인류애적인 결정이었어요.”
나는 충격을 받았다. 아니, 그냥 멍했다.
그녀는 나를 한 번 슬쩍 보더니, 아이스 아메리카노 잔을 다시 들고 말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오늘 하루 망치지 마세요!”
그리고는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군중 사이로 사라졌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건 악몽이다.
이건 조현병이다.
이건 카메라 몰래카메라다.”그런데 이상하게…
내 가슴 어딘가가 웃고 있었다.
📌 회고
그날 이후, 나는 매뉴얼을 다시 검토해야 했다.
지하철 안에서 구토를 맞을 확률은 통계에 없다.
상식이라는 매뉴얼에도 없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도 없었다.
그녀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확률.
다음은 📍1-2화. 민원실, 그리고 이상한 쪽지에서 계속됩니다.
그녀는 정말 미친 걸까?
아니면… 세상이 너무 정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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